김포국제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되기 전 서울 인근 지역 사람들이 해외로 나갈 때 이용하는 관문이었다.
30년 전 김포공항을 통해 장시간(13시간 비행) 비행 끝에 어둠이 짙게 깔린 모스크바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면서 내린 모스크바는 좋은 첫 인상 대신에 두 번씩이나 당혹감에 빠지게 했다.
모스크바 공항의 출입국 관리인은 여권을 천천히 살핀 후 나의 얼굴을 보고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사건 경위는 이렇다. 여권에 기재된 날짜가 러시아에 입국하는 날짜보다 하루 빠르게 찍혀 있었던 것.
우여곡절 끝에 약 2시간이 지난 후 출입국관리소의 도장을 겨우 여권 여백에 찍은 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힘들게 빠져나온 공항 대합실에는 더 난처한 사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번의 어려움을 해결한 후 마음을 다잡고 나온 대합실에는 일찍 나와서 나를 맞이하여야 할 후배가 1시간이 훨씬 지난 후에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모스크바 공항에서 받은 어수선한 마음을 추스린 후 후배의 차에서 들은 이야기는 평소보다 공항도로가 많이 막혀서 늦었다는 것이다.
당시 모스크바는 시내도로만 포장이 잘 되어 있었고, 외곽 도로는 차들이 다닐 수 있는 가운데만 겨우 포장이 되어 있던 탓에 비포장인 갓길로 달리게 되면 뿌연 먼지를 자동차 뒤로 달고 달려야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한참을 달린 후 들어선 모스크바는 화려함이 없는 우중충한 빛을 띠고 있었고, 넓은 도로는 한가하게 다니는 자동차로 더 넓게 보였다. 특히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전기선에 의해서 움직이는 뜨랄레이버스(전기버스)와 뜨람바이(궤도전차)가 한가하게 모스크바 시민들을 목적지에 내려주고 다시 기다리고 있는 모스코비취(모스크바시민)를 태우고 다음 목적지로 가는 낯선 광경이었다.
장시간의 비행과 공항에서 놀란 두 번의 당혹감으로 지쳐있을 때 도착한 후배의 아파트는 큰 위안이 되었다. 이어 어린 남매와 부인과 인사를 나눈 후 여유롭게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즐길 수 있었다.
후배 식구가 차려준 이른 저녁을 먹고 방에서 피곤한 몸을 뉘이어 쉬고 있을 때였다.
후배가 급히 부르는 소리에 충혈 된 눈으로 “무슨 일이냐?”고 묻자, 내가 모르는 후배가 모스크바 인근에 있는데, 그에게 문제가 생겼다면서 서둘려 나를 차에 태웠다.
그렇게 다시 머리를 빠지게 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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