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medchoi@naver.com
탈모약 효과, 어떻게 복용하느냐가 좌우할까?
같은 약이라도 올바른 복용법이 중요한 이유… 전문가 "장기간 미리 분할 보관은 권장하지 않아"

똑같은 탈모약을 처방받는데도 왜 어떤 병원에서는 효과가 좋은 것 같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 예전만 못하다고 느끼는 걸까.
최근 '탈모성지'로 불리는 병원을 취재하면서 기자도 같은 궁금증을 가졌다.
병원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은 의외로 담담했다."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환자 한 분 한 분을 정성껏 진료할 뿐이고, 처방하는 약도 다른 병원에서 사용하는 약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전국에서 수백㎞를 달려오는 환자들이 느끼는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 것일까.
기자는 뜻밖에도 그 실마리를 병원이 아닌 약국에서 찾을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약국 관계자는 "같은 약이라도 약사가 어떻게 복약지도를 하느냐가 장기적인 치료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모 치료에는 탈모 적응증으로 허가된 약뿐 아니라 오프라벨(허가 외 처방)로 사용하는 약들도 적지 않다"며 "이 가운데 일부는 용량 조절을 위해 분할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환자들이 편의를 위해 한 달치 이상을 미리 잘라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국에서는 이런 요청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분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 분할된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며 "약의 종류에 따라 안정성과 품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복용 직전에 분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약사의 설명은 의학적으로도 타당한 이야기일까.
탈모인뉴스는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에게 이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김 교수는 "정제를 분할한다고 해서 약효가 화학적으로 소실되거나 반드시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한 달 이상 미리 분할해 보관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제를 분할하면 절단면이 공기와 습기, 빛 등에 노출된다"며 "복용 직전에 분할하는 것은 일반 속방형 정제에서 약효가 의미 있게 감소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장기간 미리 분할해 보관하면 약효와 함량이 처음과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보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 이상 미리 분할해 두었다고 해서 반드시 약효가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절단면이 노출된 상태에서는 품질 변동 가능성이 생기므로 가능하면 복용 시점에 맞춰 분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미국 FDA 역시 정제를 분할해야 하는 경우 전체 복용량을 한꺼번에 미리 잘라 보관하기보다 한 알씩 분할해 순차적으로 복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피나스테리드의 경우 분할 후에는 코팅의 보호 기능이 사라지므로 임신 중이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부서지거나 분할된 정제를 취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스피로노락톤 등 일부 약물은 차광 보관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것은 탈모 치료는 어떤 약을 처방받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약이라도 올바른 복용법과 보관법, 그리고 이를 환자에게 정확히 설명하는 복약지도가 더해질 때 비로소 치료는 완성된다.
탈모 치료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친 긴 여정이다. 처방은 병원에서 시작되지만, 그 치료를 이어가는 것은 환자의 복약 습관이다. 어쩌면 '탈모 성지'를 만드는 것은 특별한 약이 아니라 환자의 작은 습관까지 챙기는 세심한 의료와 복약지도인지도 모른다.
최영훈 기자(medchoi@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