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를 둘러싼 정책 환경에 변화의 신호가 켜졌다.
이재명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탈모 치료제를 단순한 미용의 문제가 아닌, 삶의 질과 직결된 사안으로 언급하며 건강보험 급여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탈모를 공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이 발언은 분명 의미가 있다.
다만, 나는 이 사안에서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탈모약 급여화가 과연 탈모인과 국가 모두에게 가장 합리적인 해법일까?
이미 달라진 탈모 치료의 현실
정책 논의는 종종 현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탈모 치료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 사이 비대면·원격진료 플랫폼의 확산으로 탈모 진료 환경은 급격히 바뀌었다.
진료 접근성은 높아졌고, 비용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기자 역시 직접 비대면 진료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
3개월 처방 기준으로 진료비는 수천 원 수준이었고,
피나스테리드 1mg 제네릭 약 역시 3개월분이 2만 원대 중반,
한 달 기준으로는 8천 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사진설명: 기자가 직접 탈모약을 구매한 용인의 한 약국
이 가격은
오리지널 약은 물론
기존 제네릭 대비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중요한 질문이 하나 따라온다.
이 약이 기존 제네릭과 본질적으로 다를까?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이미 수십 년간 사용되며 생물학적 동등성이 충분히 검증된 성분이다.
동일 성분, 동일 용량, 동일 기준을 통과한 제네릭 간의 효과 차이는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이라 보기 어렵다.
즉,
유통 방식과 처방 구조가 바뀌었을 뿐, 약의 본질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이 변화의 결과는 분명하다.
탈모약 가격은 이미 시장 경쟁에 의해 하향 평준화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여기서 나는 급여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싶다.
탈모약이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되는 순간,
약가는 더 이상 시장 경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약가 협상 구조가 생기고, 제약사는 보험 등재 가격을 기준으로 전략을 짠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탈모인은 지금과 비슷한 실구매가로 약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고
차액은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게 된다.
즉,
개인 부담은 크게 줄지 않는데
국가 재정 부담은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탈모인을 위하는 정책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자가 보기에 지금 더 필요한 것은
‘급여화 선언’이 아니라 현실적인 정보의 확산이다.
비대면 진료를 통한 합법적이고 안전한 치료 경로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 처방 구조
검증된 제네릭 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
이런 것들이 제대로 알려진다면,
많은 탈모인들은 이미 지금의 제도 안에서도 충분히 합리적인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오히려 이런 방법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확산시키는 것이
탈모인의 부담을 줄이고
불필요한 급여 확대를 막아
국가 재정을 아끼는 길일 수 있다.
탈모약 급여화 논의의 출발점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탈모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정책은 언제나
선의가 아니라 구조로 평가돼야 한다.
이미 시장은 변하고 있다.
진료 방식이 바뀌고, 유통이 바뀌며, 가격은 내려가고 있다.
이 흐름을 무시한 채 급여화만을 해법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비효율적인 제도를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탈모약 급여화,
지금은 서두르기보다 한 번 더 구조를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최영훈 편집장(med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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