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6-08-26 10:37:23
  • 수정 2026-08-26 10:41:43
기사수정



비대면 탈모약 처방 7일? 결국 하지 말자는 것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초진 환자의 처방일수를 최대 7일로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탈모치료제와 여드름치료제 등 일부 비급여 전문의약품은 비대면 초진 처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직 결정된 내용은 아니다. 의료법 하위법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부와 의약계, 플랫폼업계 등이 논의하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탈모약을 7일분만 처방하도록 하자는 주장을 듣고 있으면 의문이 생긴다.

탈모약을 비대면으로 처방하지 말자는 말을 돌려서 하는 것은 아닐까.

탈모의 첫 진단은 제대로 해야 한다

필자는 탈모의 첫 진단까지 무조건 비대면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모두 남성형 탈모는 아니다. 남성형 탈모와 여성형 탈모뿐 아니라 원형탈모, 휴지기탈모, 두피질환이나 다른 질환에 의한 탈모도 있다. 갑자기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면 최근의 질병, 수술, 출산, 다이어트, 영양 상태, 복용 약물 등도 확인해야 한다.

탈모의 양상과 두피 상태를 살피고 필요하면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를 처방하기 전에 정말 이 약이 필요한 탈모인지 판단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화상 화면만으로 모발의 밀도와 굵기 변화를 살피고 탈모 유형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조명과 촬영 거리, 카메라 각도에 따라 두피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탈모가 처음 의심되는 사람이라면 가능하면 탈모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해 진단받는 것이 좋다. 비대면진료의 편리함이 정확한 첫 진단보다 앞설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초진’이 처음 진료받는 환자는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탈모 전문병원에서 대면진료를 받고 남성형 탈모로 진단받은 환자가 있다고 하자. 피나스테리드를 수년간 복용했고 특별한 이상반응도 없다. 앞으로도 같은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

그런데 처음 진단한 병원이 비대면진료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약을 처방받기 위해 매번 그 병원을 직접 찾아가거나, 비대면진료를 제공하는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해야 한다. 다른 의료기관에서는 처음 보는 환자이므로 행정적으로는 ‘초진’이 된다.

하지만 그 환자가 의학적으로도 처음 탈모 진료를 받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미 대면진료를 통해 탈모를 진단받았고 동일한 약을 장기간 복용해 왔다. 새로운 탈모 치료를 시작하려는 것도 아니다. 기존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 처방을 받으려는 것이다.

이 환자에게도 해당 의료기관을 처음 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7일분만 처방해야 한다면 제도가 환자의 실제 치료 과정과 맞지 않게 된다.

의료기관 기준으로는 초진이지만, 질환과 치료 이력을 기준으로 보면 치료를 이어가는 환자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둘을 구분하는 일이다.

일주일 뒤 다시 비대면으로 무엇을 보겠다는 것인가

탈모약은 감기약처럼 며칠 복용하고 치료를 끝내는 약이 아니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수개월 이상 복용해야 효과를 평가할 수 있고,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7일 복용했다고 모발 상태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 사이에 탈모 치료의 성패를 판단할 수도 없다.

그런 약을 7일분만 처방하고 일주일 뒤 다시 비대면진료를 받으라고 한다면, 의사는 두 번째 진료에서 무엇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을까.

처음 비대면진료에서 탈모 유형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의사가 일주일 뒤 화상 화면을 다시 본다고 진단이 정확해지는 것도 아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같은 약을 다시 처방하는 절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환자는 매주 진료비를 내야 한다. 시간도 다시 내야 한다. 3개월분을 복용하려면 여러 차례 같은 진료를 반복해야 할 수도 있다.

이것은 환자의 안전을 높이는 방식이라기보다 비대면진료 이용을 어렵게 만들어 결국 포기하게 하는 방식에 가깝다.

대면에서는 2년치도 처방되는 약이다

현재 대면진료에는 일반 의약품의 처방일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장기 처방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피나스테리드를 1년 또는 2년분 처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필자도 최근 대면진료를 통해 피나스테리드 2년분을 처방받았다.

물론 모든 환자에게 2년분을 처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은 아니다.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이상반응, 복용 중인 다른 약 등을 고려해야 한다. 장기간 복용하는 동안 상태가 달라졌다면 다시 진료받을 필요도 있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일부 환자에게 성기능 관련 이상반응 등이 나타날 수 있고, 피나스테리드는 전립선특이항원인 PSA 수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깨지거나 부서진 약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 약이 마약류나 향정신성의약품인 것은 아니다. 대면진료에서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별도의 처방일수 상한도 없다. 오랜 기간 사용돼 왔으며 지속적인 복용을 전제로 처방되는 약이다.

대면진료에서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2년분도 처방할 수 있는데, 비대면 초진에서는 모두 7일분으로 제한해야 한다면 그 차이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비대면 처방에서 탈모약 비중이 높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탈모약이 많이 처방된다는 사실과 위험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약사회의 우려는 이해한다

대한약사회가 민간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우려하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다.

플랫폼이 저가 탈모약을 앞세워 환자를 유인하고 특정 병원이나 약국으로 이용자를 몰아줄 가능성이 있다. 약국이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서는 환자를 만나기 어려워지고, 결국 플랫폼의 수수료나 운영정책에 종속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을 것이다.

처방전 전달 과정에서 환자의 약국 선택권이 훼손되거나, 전문의약품이 일반 온라인 상품처럼 광고되는 문제도 막아야 한다. 플랫폼이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플랫폼이 문제라면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

특정 병원과 약국으로 환자를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방약을 미끼로 한 광고를 제한하고, 환자가 약국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처방전 전달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위법한 알선이나 경제적 이익 제공이 확인되면 엄격히 처벌하면 된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탈모 환자의 처방일수부터 줄이는 것은 문제의 대상과 해결책이 어긋난다.

필요한 것은 7일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비대면 탈모진료의 안전성을 높이려면 먼저 환자의 상태를 구분해야 한다.

탈모를 처음 진단받는 사람과 이미 탈모 전문병원에서 진단받고 같은 약을 장기간 복용한 사람은 다르다. 갑자기 머리카락이 빠지는 사람과 수년간 남성형 탈모 치료를 이어온 사람도 같지 않다.

진단 이력이 없거나 탈모 유형이 불분명하다면 대면진료를 권해야 한다. 이상반응이 있거나 증상이 달라졌을 때도 직접 진료받도록 해야 한다.

반면 기존 진단과 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같은 약을 안정적으로 복용해 온 환자라면 의사가 그 기록을 바탕으로 적절한 처방기간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기존 진단과 처방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환자가 이전 처방전이나 진료기록을 제출하고, 의사가 복용 성분과 기간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분한 정보가 없으면 대면진료로 전환하고, 정보가 확인되면 치료가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 허용하거나 무조건 제한할 문제가 아니다. 정확한 첫 진단과 합리적인 치료의 연속성을 함께 지켜야 한다.

누구를 위한 제한인가

필자는 플랫폼업계를 대변할 생각이 없다. 의료계나 약사회의 이해관계에 서고 싶은 생각도 없다.

대변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탈모 환자다.

탈모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플랫폼 기업의 성장도, 어느 직역의 영향력도 아니다. 처음에는 제대로 진단받고, 이후에는 치료를 불필요하게 중단하지 않으면서 합리적인 비용과 방법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탈모의 첫 진단을 가볍게 비대면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탈모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의사가 직접 보고 진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미 대면진료를 통해 진단받고 같은 약을 장기간 복용해 온 사람에게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매주 비대면진료를 반복하게 하는 것도 제대로 된 의료라고 보기 어렵다.

비대면 초진 처방을 7일로 제한하자는 주장과 탈모약을 초진 처방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이 함께 이어진다면 탈모 환자에게 전달되는 의미는 분명하다.

비대면으로 탈모약을 처방받지 말라는 것이다.

약사회의 걱정은 알겠다. 플랫폼도 필요하면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탈모 환자를 가장 손쉬운 규제 대상으로 삼지는 말았으면 한다.

플랫폼을 견제하려면 플랫폼을 건드려야 한다.

탈모인을 건드릴 것이 아니라.




최영훈 편집장(medchoi@naver.com)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talmoin.net/news/view.php?idx=437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관련기사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뉴스종합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